2009년 뉴베리상 수상작이자 35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이 화제의 책은 유명한 이야기꾼 닐 게이먼의 신작이다. 묘지에서 죽은 혼령들과 사는 살아있는 소년의 이야기인 이 책은 처음부터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을 표방했음을 밝혀두어 더욱 호기심이 동한다. 한 남자가 일가족을 살해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보는 내내 으스스한 공포와 함께 따뜻한 감동까지 선사하는 특이함이 있다.
가족이 모두 살해당하고 우연히 묘지로 들어가 목숨을 구한 아기는 묘지의 특권을 얻은 뒤 죽은 자들에 의해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게 된다. 그 아이가 바로 묘지의 유일하게 살아있는 소년 노바디다. 노바디는 그곳에서 다양한 시대의 죽은 자들에게서 많은 것을 익히고, 특히 근위병 사일러스를 통해 세상에 대한 가치관과 도움을 받는다. 우연히 나가게 된 세상에서 노바디를 죽이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결전을 벌인 뒤 15살이 되어 묘지를 떠나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이자 판타지 소설이다. 시체 도굴꾼들에게 끌려가 고생을 하고, 보물을 지키는 수호신들의 주인이 되는 등 묘지 안에서만 살아도 노바디의 모험은 끝이 없다. 아기였을때 묘지에 들어와 나름의 생활방식으로 성장하는 노바디의 모습을 보며 마치 이웃집 소년 같은 친근감이 들게 되고, 커갈수록 더해가는 노바디의 혼란이 느껴질 때는 나도 같이 안타까워지기도 한다.
노바디가 처음 나가게 된 세상은 잔인했다. 어른들의 탐욕 때문에 갇히기도 하고, 믿었던 어른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하며, 심지어 죽을 위기에도 처하게 된다. 그러나 묘지 사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면하게 된다. 이 책속에서 노바디에게 묘지만큼 안전하고 포근한 곳은 없다. 묘지의 모든 사람들은 노바디 덕분에 기쁘고, 웃을 수 있다. 그만큼 노바디를 보살피고 보호해 주는 곳은 없다는 것을 노바디 또한 알고 있지만 노바디는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언젠가 그런 날 이 올 거라고 예감한다. 세상은 두렵고, 고통이 가득한 곳이라는 것을 알지만 때론 상처받아도 세상에서 사람들과 부딪치고, 더 넓은 시야로 그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 바로 삶의 의미라는 것을 노바디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다.
첫발을 내딜 때는 불안할지 몰라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살아있는 노바디가 죽은 자들과 다른 점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무섭고 견디기 힘들다고 안전한 곳으로 숨어들어가는 대신 당당히 세상과 맞서려는 노바디의 모습에서 투영되는 내 자신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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