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실제로 인도의 하층 카스트인 달리트에서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활동 중 인 ‘나렌드라 자다브’ 박사 가족의 이야기이다. 박사의 이야기보다는 바로 전세대인 박사의 부모님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박사의 집안은 사람들과 닿는 것조차 금 지되어 가축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불가촉천민의 집안이었다. 종교의 지배아래 우리나라의 신분제도보다 더욱 엄격하고 차별이 심했던 인도의 카스트제도이지만 불가촉천민은 그 카스트 속에도 들지 못하는 아웃카스트였다. 그러나 불가촉천민인 달리트는 ‘바바사헤브’라는 인물을 통해 깨어나고, 계몽되어 스스로의 존엄성을 위해 투쟁하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과도기의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시대를 온몸으로 살았던 박사의 부모님 ‘다무와 소누’의 삶을 통해 달리트로서의 고단함과, 치열했던 투쟁을 엿볼 수 있다. 신분제도에 억압받는 달리트들의 이야기라고해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인들의 종교의식, 결혼식, 축제 등 인도의 여러 가지의 모습과 풍습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물론 달리트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지만 다무와 소누 가 족의 일상을 통해 보이는 에피소드들은 독자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또한 듬직하고 투쟁에 열정적인 다무와 순종적이고 단순한 소누의 상반된 성격을 통해 당시 힘겨 운 투쟁을 받아들였을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가늠하게 된다.
중간 중간 삽입된 인도의 인상적인 사진들은 글을 읽으며 불가촉천민의 삶을 상상하고 공감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마치 화보 같은 사진들만 따로 모아놓아도 멋진 사진집이 될 것 같다. 조선시대 말 또는 일제시대 우리나라에도 하층민들의 많은 투쟁과 계몽운동이 있 었다. 그래서 그런지 달리트들의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았던 것 같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부당한 신분제도의 철폐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인 한 집안의 이야기는 내게 큰 감동이었다. 투쟁에 동참한 많은 달리트들은 자신들의 삶뿐만 아니라 인도의 현대사를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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