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유명한 날씨 때문일까. 런던을 생각하면 항상 우울하고, 정적인 회색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약간은 까다롭고 정형화된 런더너들을 생각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만나본 런던은 나의 생각을 확 바꿔놓았다. 친절하고 여유 있는 런더너들과 현대와 고전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도시 런던, 물론 작가의 주관적인 의견이겠지만 따뜻하고 유서 깊은 런던의 모습을 이 책은 충분히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정신병원의 간호사라는 작가의 이력 또한 눈길을 끈다. 늘 정신질환 환자들을 대하다보니 작가는 건조한 일상에 권태를 느끼고, 평정심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훌쩍 떠난 런던여행. 한국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간호사였던 작가는 아이러니하게도 런던에 가서 치유 받는 입장이 되었던 것 같다. 중반부를 넘어 후반으로 가면서 작가의 마음이 치유되는 과정을 독자는 확연히 느끼게 된다. 골목마다 건물마다 많은 이야기를 쏟아놓는 런던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일 것 같다.
이 책속의 사진과 그림은 모두 작가의 솜씨다. 런던 곳곳의 사진과 함께 삽입된 작가의 그림은 꽤 수준급이다. 특히 사진과 결합된 조각그림은 보는 재미가 있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어준다. 그때 그때의 적절한 사진과 그림은 작가의 생각과 전하고 싶은 이미지를 전달하는데숨은 공로자다.
나는 이 책이 맘에 든 이유가 다른 여행서적들처럼 소소한 여행정보보다는 그곳에서 받은 작가의 느낌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도 런던여행의 정보를 안내하고 있기는 하지만 런던에 반한 작가가 느끼고, 깨달은 글들이 더욱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현대인이라면 일상에 지치는 시점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어딘가로 떠나 나를 내려놓고 싶을 때, 낯선 곳으로 들어가 나를 발견하고 싶을 때 이 책을 꺼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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