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의길 카미노, 내가 산티아고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통해서이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또는 각자 자신들만의 의미를 위해 걷는 길 카미노.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생 소한 카미노 순례길을 소개하고, 여행에 대한 여러 팁을 알려주는 책이다.
특히 실제 카미노를 언젠가는 여행하려 계획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한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팁들이 많다. 숙박비에서 그곳 사람들의 생활습관, 코스의 상세한 설명 등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다.
카미노 여행이 워낙 힘들고 고생이 많기 때문일까. 이 책은 다른 여행도서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신랄한 작가의 설명과 담백한 시선이 독특해 오랜만에 흥미로운 여행서적을 만났다. 독자는 작가의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출발에서 귀국까지 길목마다 함께 따라가 고, 함께 쉬어가며 밀착되어 관찰해본다. 각각의 장은 주로 그날에 지나치게 되는 카미노위의 마을들과, 그날그날 순례자들의 숙소인 알베르게에서의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형식이지만 카미노위에서 만난 사람들, 작가를 행복하게한 색다른 음식들 등 소소한 재미들이 더해져 독자를 즐겁게 한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카미노를 여행하면서 작가는 무언가 드라마틱한 깨달음을 얻는다거나 억지스러운 감탄을 연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국적이고 순수함을 간직한 카미노에 매료되기도 하지만, 힘들고 고된 여정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는 작가의 글에서 인간적이고, 사실적인 감명을 받는다. 때로는 폭우 속에 길을 잃고, 외로움과 지루함에 몸서리치기도 하지만 모든 여행 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작가는 얻으려는 게 아니라 비우기 위해 여행을 한다고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은 카미노에서 무엇을 찾는 것일까. 나도 일생의 어느 순간에 그 길 위에 서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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