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보라 엘리스 저 | 나무처럼 | 원제 : The Breadwinner
평범한 삶을 살았다면 그저 어느 중산층 가정의 시샘 많은 둘째아이로 자랐을 한 아이, 하지만 전쟁의 참혹함은 그 아이에게 생계를 책임지는 무거운 현실을 짊어지게 했다.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는 전쟁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전쟁을 전후로 일상과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한두명이 아닐 것이다.
전쟁 후 집안의 물건들을 팔며 근근이 살아가는 파르바나네 가족. 어느 날 탈레반은 아버지를 데려가고 파르바나는 남장을 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다. 그 아이들을 거리로 내모는 전쟁과 생계. 파르마나는 그 무거운 현실 속에서 점점 더 지쳐가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오자 아버지의 약값을 위해 일하며 희망을 놓지 않지만 언니 결혼식 때문에 떠났다가 발이 묶인 가족들을 찾아 나선 길에서 아버지는 죽게 되고 파르바나는 길고도 먼 여행을 하게 된다.
파르바나는 ‘마라이’라는 용감한 여전사를 닮으려 노력한다. 왜 이 아이는 ‘마라이’ 처럼 강해져야 하는 걸까. 다른 아이들처럼 응석부리며 사는 건 왜 안되는 걸까.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탈레반도 전쟁도 아닌 남의 일처럼 눈 돌리고 무뎌져버린 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그만 꿈을 꾸었으면 좋겠어. 내 꿈은 무엇이든지 다 쓰레기로 변하거든.”
애써 가꿔온 푸른 계곡이 폭격에 의해 산산조각 난 후 파르바나는 절망하며 이 구절을 편지에 적는다. 끔찍하게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된 호마, 파리로 떠날 꿈으로 치열한 삶을 사는 슈 아우지아, 다리가 없고 심술 맞지만 마음을 착한 아시프, 엄마를 잃고 파르바나가 돌보게된 아기 하싼, 할머니와 살지만 전혀 돌봄을 받지 못하는 릴라, 그리고 점점 아이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변모해가는 파르바나...배고픔과 추위에 고통 받는 이 아이들의 실상은 참으로 처참했다. 그러나 의연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파르바나와 아이들이 흐뭇하면서 가슴시리다. 우리는 탱크나 폭격을 실제로 보는 일은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하다. 그리고 항상 배부르게 먹는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반대다. 이 아이들에게 탱크나 폭격은 일상이고 배가 부르게 먹는 것은 어쩌다 한번 있는 일이다. 남의 불행을 보고 지금의 내 삶에 만족해서는 안되겠지만 내가 앞으로 살면서 안일한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이 아이들이 떠오를 것 같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아프가니스탄이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파르바나가 시장에 심은 야생화처럼 당장은 시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뿌리가 강하고 건강해져서 꽃이 다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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