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 저/윤미연 역 | 밝은세상 | 원제 : sauve moi
이 책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잔인한 현실과 헤어 나오기 어려운 불행으로 지독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아내를 잃고 스스로를 절망속에 가둔 샘과 실패뿐인 도전으로 꿈을 잃어가던 줄리에트는 서로에게 삶을 비춰주는 빛이 된다. 그렇다고 해 서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가는 잔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빠르게 진행되는 사건들과 불가사의한 이야기로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만큼 역동적인 이야기다.
아내와 함께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샘, 꿈과 함께 삶에 대한 용기를 잃어버린 줄리에트, 운명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돌아온 죽음의 사자 그레이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으나 조금씩 변해가는 루텔리..과거부터 이어져오는 네 사람의 만남은 조금씩 밝혀지며 실마리가 풀어져간다. 사건 사건이 복잡하게 이어지지만 읽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다. 프랑스 소설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도 술술 읽어나가는데 한 몫 한다. 간단한 이야기인줄 알았던 것이 점점 큰 스케일로 진전되어 더욱 흥미롭다. 사랑, 범죄, 스릴러까지 장르를 뛰어넘어 독자 폭을 늘렸다. 등장인물들의 인연은 시간을 초월해 얽히고설킨다. 결국 그 인연은 주인공들을 사건들의 소용돌이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만나야할 사람은 그렇게 꼭 만나고 만다. 살면서 인연을 놓치기도 하지만 진짜 끊어지는 인연은 없는 모양이다.
누구나 살면서 지금의 삶에서 나를 구해줄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산다. 또한 나를 필요로 하는, 내가 구해줘야 할 누군가가 있을 거라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진정 자신을 버릴 때 주인공들은 결국 숨막히는 좌절 속에서 스스로를 구해낸다. 어두운 삶의 그림자에서 갈 길을 비춰주는 빛은 역시 사랑이었다. 인간은 자기 앞의 운명을 어쩌지 못하는 듯해도 진정한 사랑을 만난 사람은 그 운명이 그 사람을 어쩌지 못한다. 내 주위에도 있을 슬픔과 절망으로 불행과 싸우는 사람들의 신호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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