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홀트 메스너 저 | 황금나침반 | 원제 : : Gobi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지만 이제야 기회가 되었다. 어떤 책이든 내 손에 들어오는 때가 있나 보다. 작가는 유명한 등반가이며, 오지 탐험가이다. 그는 늘 집을 떠나 에베레스트 정상에, 남극 얼음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예순 살의 나이에 고비사막에 도전했다. 주변의 만류도 있었고, 본인 또한 출발 전 망설임과 두려움으로 고민도 했다. 그러나 그는 도전했고, 그 안에서 자신을 찾아 돌아왔다. 작가는 왜 모든 안락함을 버리고 고비로 자신을 이끌었을까. 그것은 가야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자연과 인간 뿐인 극치의 고요 속으로 내몰아야 했다. 저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에게는 삶을 향해 기어 올라갈 희망만 남기 때문이다.
이 책은 끝없이 자신과 싸우는 작가의 심리와 절박한 물과의 싸움 등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어 작가와 독자가 함께 사막을 횡단하는 동반자가 되는 기분이다. 작가는 시끄러운 도심을 떠나 자신이 계획한대로 제 발로 다니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떠난다고 한다. 우리는 늘 무언가에 얹혀서 이동한다. 버스든, 비행기든, 기차든...그러나 정작 제 발로 걸어 다닐 때에야 바람소리, 땅이 내는 여러 가지 소리 등 우리가 들어야 하는 정말 중요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사막에는 산이나 오지와 같은 장애물이 없다. 텅 빈 존재의 무로 인한 정적, 그리고 작가는 그 곳을 가로지르는 나와 마주하게 된다.
사막 한가운데서 그는 사라진다. 전화도 컴퓨터도 없고, 불러주는 사람, 말할 사람도 없는 그곳에서 작가는 더 이상 우리가 아는 그 세상에 있지 않다. 돌풍과 고단함, 그리고 외로움으로 작가는 지치고 황폐해진다. 그쯤되면 사막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있게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본인을 얽어매고 있는 일상과 타성을 떠나 사막으로 갔지만 작가는 그 안에서 또 다른 일상을 맞는다. 원인 모를 불안감, 제대로 길을 가고 있나 하는 의구심, 육체의 고단함..우리의 매일 매일도 그러지 않나.
걸어갈수록 사막은 넓어졌다.
목적지이기를 사양하는 것 같았다.
사막은 정상이 있는 산과는 달리 열려있을 뿐이고,
피안의 희망처럼 내 안에 있었다.
그러니까 어떤 장소의 명칭도 사막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목표지향적인 열광도 맞지 않았다.
사막은 형태도 없었다.
다만 통째로 경험하거나 피할 수 있을 뿐이었다.” p.187
사막에서의 온기는 작가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유목민들뿐이다. 광활한 사막에서 심해와 같은 정적 속에 느끼는 깊은 고독을 유목민들이 채워주고 있었다. 언제나 한결같이 작가를 환영해주는 유목민들이 이제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도와줄 사람 없는 텅 빈 사막에서 한계에 부딪치기도 하고, 극한의 고갈을 맞기도 하지만 그는 계속 앞으로 걸을 뿐이다. 돌아가야 할 곳이 있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문명의 기계적인 소음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작가는 사막의 정적을 지나 다시 문명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비워 버린다는 것, 그것은 곧 채움을 의미하기도 한다. 산이든 사막이든 결국 마지막까지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 놓는 것은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뿐이다. 작가도 그렇게 자신을 다그치며 몸을 이끌었다.
사막을 지나는 바람처럼 우리 인생도 아마 스쳐 지나고 마는 것이리라.
“사막을 횡단하는 것은 단숨에 되지 않는다.
사막을 횡단하려면 작은 걸음들이 수 백만번 필요하 다.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이 길의 한부분이 되고, 경험의 일부가 된다.
모든 탐험이 매번 진짜 삶이었다.
첫 탐험이든 마지막 탐험이든 마찬가지다.
사막을 횡단하는 나의 길은 나 자신을 뚫고 지나가는 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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