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인 작가가 그간 블로그에 올린 일기를 엮은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이, 이 작가가 참 좋아졌다. 사실 에세이라고 하면 감성적인 언어들로 평범한 일상도 수채화처럼 아름답게 만들어버리는..그래서 마 치 나와는 품격부터 다른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경험쯤이 되고는 했었다. 많은 에세이들을 읽으며 맑은 표현들에 감동하기도 하고,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왠지 그 작가들은 나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사는 것 같고, 나의 지루하도록 평범한 삶과는 동 떨어진 것 같아서 늘 이질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담백하고, 담담하게 삶과 사랑을 바라본 에세이로써 어쩐지 작가와 그다지 거리가 멀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참 얘깃거리 없는 내 일상, 지나온 날들을 책에서 만나는 것 같아서 괜히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그 정도로 현실감 있고, 차분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사랑에 냉소적이며, 세상사에 다소 염세적이기도 한 작가는 사람을 그리고 세상을 버거워한다. 사랑에 대해 삶에 대해 서툰 희망을 품지 않는 약간은 분위기가 음울한 글이다. 원래 드라마처럼 배경음악이 흐르는 것도 아니고, 영화처럼 영상미가 넘치는 것도 아닌 우리의 삶은 이 글처럼 회색빛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막연한 희망이 넘쳐나는 글들보다도 회색빛의 우리 삶을 더 깊게 위로한다.
세상을 마냥 포장하지 않는 솔직한 고백이 한편 한편 마음에 와 닿는다. 어쩌면 이 책을 쓴 작가는 조금은 그늘이 있는 우울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늘 그런 소리를 듣고 살고 또 스스로 인정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늘 밝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우울한 사람들은 뭔가 나름대로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어 힐끔거릴 뿐이다. 감정이입이 되기 때문일까 이 책도 이 작가도 굉장히 친밀하고, 마음에 와 닿는다. 사실 많이 기대하지 않았는데 뭔가 남다른 책을 만나게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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