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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엔 꽃을 산다 : 김순재

by 예흐나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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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재 / 소소리 

 

  집에서 키우고 있는 꽃이나 산이나 길에서 보게 되는 꽃과 나무 등 자연에 관해 예찬하며, 의미를 되새기고 우리의 삶에 결부한 잔잔하면서도 역동적인 수필집이다. 남편과 사별 후 자식들도 제각각 가정을 꾸리고 혼자 남겨진 작가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것에 관해 담담히 풀어내었다.

화려한 꽃이 아니어도, 쓸만한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그가 거기 한 생명으로 있기에 기 쁘고,
그가 거기 한꽃으로 있어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니랴.

 

  조금씩 자취를 감추어가는 이름 모를 꽃들과 자연의 모습에 안타까워하고, 피어오르는 모습에는 어린애처럼 좋아하고 감동받는 작가의 마음이야말로 꽃처럼 아름답다.

 

절박한 생명의 공포와 노역의 땀방울이 모여,
낱낱이 꽃잎을 겹겹으로 엮어 꽃대 위에 올려놓은 생존의 환희다.

 

  민들레를 예찬한 글 중의 구절이다. 이처럼 꽃들의 아름다움과 그 놀라운 생명력을 이야기 한 장이 자주 등장한다. 그 관찰력과 고찰은 아름다움을 옆에 두고도 무심히 지나치고 마는 나를 나무라는 듯하다.

여기서 나는 읽어버린 순결한 마음을 찾고,
하얀 구절초 꽃이 되었다가 돌아온다.


  남편과 사별 후 우울증과 상처로 고통 받던 작가는 다른 것이 아닌 오로지 꽃과 자연에 의해 위안을 얻고 회복되어 간다. 인간의 쓸쓸한 일상과, 자연으로 위로 받는 그 마음이 물 흐르듯, 한 폭의 그림같이 잘 그려져 있다.

어쩔 수 없는 삶의 아픈 가시들을
수용하고감내하며 살아온 사람에게는
창호에 비친 달 빛 같은 아름다움이 배어있다.

  삶과 사람에 대한 이런 따뜻한 시각이 나는 너무 좋다. 각박해져가는 요즘 현실에 이런 시각이 모두에게 물들어 수채화처럼 부드러운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비범한 깨우침을 얻게 되는 수필 특유의 맛이 잘 살아난 것 같다. 사실 크게 기대 안했는데 그 문장 하나하나 적절한 언어유희와 표현력에 나는 크게 매료되고 말았다. 여성의 섬세한 문체가 내 감성에 노크를 하는 듯해 읽는 사람까지 마치 봄꽃 만발한 언덕에서 햇살을 벗 삼아 산책을 하는듯한 기분이 든다. 갈증을 축이듯 꽃을 산다는 작가. 장바구니에 꽃을 담아오는 날은 두고 온 세월이 함께 따라온다 한다. 그 소담한 표현이 예뻐서 두고두고 곱씹게 된다. 과장되게 들뜨고, 불필요하게 불안하고, 기복 심한 오늘을 사는 요즘의 상황에 보슬보슬 내려주는 봄비처럼 황량한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책인 것 같다.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깊숙한 곳의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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