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마엘 베아 저/송은주 역 | 북스코프 | 원제 : A Long Way Gone : Memories Of A Boy Soldier
이름도 생소한 시에라리온 내전에서 살아남은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다. 랩 음악에 매료된 말썽꾸러기 소년은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지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반군을 피해 도망 다닌다. 그러다 소년병이 되어 전쟁의 한가운데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 비정부기구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을 찾아 뉴욕으로 오며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을 간결한 문장으로 담담하게 펼쳐내어 소년의 마음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자전적 소설이라서 그런지 전쟁에 대해 소년이 느끼는 두려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이 더 생생하게 전해지는 듯하다.
전쟁으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보다 더 참혹한건 그 아이들에게 총을 쥐어준 채 살인을 강요하는 것이다. 전쟁의 한가운데서 매일 떠돌아다니며 일상을 빼앗겨버린 소년은 몸도 마음도 송두리째 전쟁에 희생 당한다. 감성은 파괴되어 가고, 오로지 생존만 생각하는 삶의 한계에 다다른다. 겨우 열두살짜리 소년에게 일어난 끔찍한 전쟁은 아이를 더 이상 아이가 아니게 만들었다. 무자비한 반군의 실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하고 참혹하다. 가까이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소년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곧 기적이다. 거기다 어린 소년들에게 마약을 먹여가며 총을 쥐어주고 살인을 강요하는 실태가 실제 지구 어느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한계를 모르는 인간의 잔인함에 두렵기까지 한다.
사실 책이나 방송을 통해 전쟁의 잔혹함에 희생당하는 어린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는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비극적인 이야기도 그때 뿐인 것은 아닌지, 아니면 너무 자주 들어서 그저 무뎌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한다. 우리 역사에도 이렇게 죽어간 소년들이 수없이 많다. 그때에도 이스마엘을 도와준 사람들처럼 우리나라를 도와준 손길들이 많다. 이제는 우리가 전쟁 중이거나,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을 일으켜주고, 도와줘야 할 때가 아닐까. 아이러니 하게도 사실 따져보면 이스마엘은 운이 좋은 편이다. 지금도 정부군이나 반군에 소속되어 순수성을 잃어버린 채 살인과 마약을 강요당하는 소년병들이 존재한다. 전쟁이라는 악몽이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어 더 이상 유년기를 잃어버리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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