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에 대해 제법 관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그것은 고려나 조선에 대한 편중된 관심일 뿐 고조선과 고조선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하다. 학창시절에 배우던 교과서에도 고조선은 웅녀의 몸에서 나온 단군 할아버지에 대해 전래 동화격으로 얼버무려졌을 뿐 제대로 된 역사적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책은 시대적인 의미심장한 작품들로 유명한 김진명 작가의 책으로 고조선 이전의 고대국가 ‘한’의 실증여부를 추적하는 소설이다.
이 책의 뼈대는 한 친구의 죽음과 또 다른 친구의 실종으로 사건에 휘말리게 된 주인공이 우리나라의 역사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고,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우리나라 역사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인지 스피드한 전개에 숨 이 차기도 하지만 독자는 쉴새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역사를 왜곡하는 중국의 의도와 답답한 한국의 사학계를 비틀어 작가는 지난 과거에는 관심도 갖지 않는 현대의 많은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듯하다. 작가는 독자를 침착하게 아울러 중국과 맞물려있는 우리나라 고대사 속으로 이끌고, 중국의 동북공정 앞에서 독자로 하여금 같이 뛰도록 긴장시킨다. 그만큼 흡인력이 강하고 감정이입을 시키는 힘이 뛰어난 소설이다.
이 책이 던지는 핵심적인 질문은 두 가지다. 우리나라 국호에 자주 사용되는 ‘한’ 이라는 글자는 어디에서 유래되었는가. 그리고 고조선이 진짜 우리나라의 최초의 뿌리인가. 우리나라 역사학계의 현주소와 역사의 뿌리를 찾는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중요한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는 역사학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의 지난 발자취이며, 그 과거 가 또한 우리의 힘이다. 뿌리 없이 열매가 맺힐 수 없듯이 자랑스런 우리의 역사의 근본을 등한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록과 문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거를 바로잡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이며, 우리의 자긍심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 어떤 사학적 자료보다 중요한 수레 역할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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