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 저 | 문학세계사 | 원제 : Hygiene de L'assassin (1992)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 책에는 제목처럼 모순과 역설이 가득하다. 아멜리 노통브식의 꼬집고 비틀기가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괴짜 작가 타슈는 희귀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생애 최초로 엄선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한다. 하지만 타슈의 괴팍함과 궤변에 기자들은 봉변을 당한다. 그러다 한 여기자와의 인터뷰로 새로운 국면을 맞으며 타슈의 비밀이 드러난다.
타슈는 남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악의와 오만함으로 가득 차있는 뒤틀린 성격의 소유자다. 타슈와 기자들과의 쉼 없는 대담은 언뜻 보기에는 말꼬리 잡기와 타슈의 골탕 먹이기 같다. 하지만 그 속에서 타슈를 통해 작가가 허위로 가득찬 세상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펼쳐놓은 듯하다. 그 정도로 타슈의 세상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고 저속하다. 하지만 그렇게 포장 없이 정곡을 찔러대니 그 날카로운 궤변은 힘을 갖는다.
이 책속에는 여러 가지 살인이 등장하는 것 같다. 큰 줄기는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만의 이해하기 힘든 사고방식으로 죽인 타슈의 살인이다. 그 외에도 앞서 몇몇 기자들을 궤변과 모욕으로 골탕 먹인 타슈의 상징적인 살인이다. 또한 책과 독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 또는 책을 읽었으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 모두 책을 사장시키는 살인이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얼마나 많은 책을 죽이고 있는가.
문학에 대한 본질적인 고찰과 비판이 다소 어렵기도 했지만 한줄 한줄 몇 번씩 읽으며 이해해도 좋을만큼 의미 있다. 타슈가 생각하는 사랑과 직접 저지른 살인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가지 행동 다 희생된 상대방은 같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의 쇠락을 막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타슈. 그의 잔인한 사랑을 들여다보며 아멜리 노통브의 기발한 글재주에 다시한번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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