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콜로디 저/천은실 그림/김양미 역 | 인디고(글담)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작고 아담한 사이즈에 시선을 빼앗기는 일러스트까지 독자는 읽기도 전에 반하게 된다. 읽기 전에는 어른들을 위한 아름다운 동화쯤 일거라고만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책속에는 온갖 탐욕과 배신이 난무하며, 우 리가 사는 세상과 너무나 닮아있다.
순수하고, 남의 말에 잘 속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또한 너무나 사랑하는 피노키오는 낯선 세상에 내던져진 우리네 자화상이다. 우리는 피노키오처럼 금화 다섯개를 이천개로 만들기 위해 허황된 꿈을 꾸기도 하며, 놀기만 하는 세상에 현혹되어 큰 댓가를 치르기도 한다. 탐욕으로 자신을 감추고, 꾀를 부리다 낭패 보는 여우와 고양이 같은 사람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버리고 도피했다가 결국 엉뚱한 삶을 살다죽는 램프심지 같은 사람들도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사는 세상을 동화처럼 그려낸 듯해 색 다르고, 우리네 삶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자신을 저버린 아들 피노키오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주는 제페토 할아버지와 피노키오를 믿어주었지만 번번이 배신당하고 마는 파란머리 요정을 보며 우리의 부모님이 떠오른다. 끝까지 피노키오와 같은 우리를 사랑해 주고, 믿어주는 부모님에게서 우리는 잠깐의 우리 현실 때문에 뒤돌아서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도 그렇게 베풀어주는 사랑 때문에 진짜 사람이 되는 피노키오처럼 우리 또한 사랑을 아는 진짜 사람이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노키오에게 옳은 말을 하다 죽게 된 귀뚜라미는 죽어서도 계속 피노키오의 삶에 계속 나타나 바른말을 한다. 뒤늦게야 귀뚜라미의 말이 옳았음을 인정하지만 항상 뒤늦은 후회일 뿐이다. 살면서 쓴소리는 더 아픈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피하게 되고, 결국 그 사람을 버리기까지 한다. 그래도 결국 끝까지 옆에 남게 되는 사람은 이렇게 우리를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이처럼 한편의 동화 같은 이 책속에는 그냥 동화로 넘길 수만은 없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다. 넘어지고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 넘치는 우리의 삶이지만 동화처럼 꿈을 꾸게 해주는 책이다. 너무 순수하기에 흔들리고, 유혹당하는 피노키오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책의 마지막처럼 우리의 삶도 해피엔딩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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