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인사

by 예흐나 2023. 3. 22.
반응형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저/유자화  | 부키 | 원제 : Caring For Mother (2007)

 

  어머니...나의 근원이 되는 어머니라는 이름은 늘 우리에게 삶 속의 거대한 울타리가 되고, 비빌 언덕이 되어준다. 이런 큰 의지가 되어주는 어머니가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어떨까. 어머니가 더 이상 어머니가 아니게 될 때 우리는 그 상실 감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 책은 파킨슨병으로 육체가 쇠하여지고, 치매 때문에 정신마저 파괴되어가는 어머니를 작가가 장장 7년간 돌보며 적은 간호일지이자 일기 이다.

 

  길고 긴 투병생활과 간병의 어려움, 상실되어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의 안타까움을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적어놓았다. 어머니와 노인 요양원에서의 생활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어머니의 상태, 그곳의 환경, 직원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묘사되고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자신에 대한 분노, 죄책감, 약간의 체념 등의 심리묘사가 절절하게 묘사되어 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작가를 힘들게 한 것은 어머니의 망상, 즉 치매였다. 평생 믿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던 어머니의 정신이 환각과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차고, 그런 어머니의 보호자가 되어야하는 자식의 현실...누구나 누군가의 자식일 수밖에 없기에 이 글을 보며 같이 아파하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 무엇이 어머니를 위한 것이며, 무엇 이 옳은 선택인지의 기로에서 끝없이 혼란을 겪고 갈팡질팡 하는 모습에서 크게 와 닿았다.

 

  누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건조하고 담담한 글일줄 알았지만 어머니를 돌보고, 관찰하며 어디까지가 진정한 ‘나’의 범주이고, 자유 의지인지 그 경계의 모호함에서 오는 혼란을 파고든 부분이 빠르게 묘사되기도 하고, 한참 서성이며 숨 돌릴 틈도 주어 흡인력이 강하다. 7년이라는 긴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을 어머니께서 떠나기 전 작가에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가르쳐주신 값진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말이 감동적이다. 이 글을 읽고 난 후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그리고 죽음을 앞둔 분들과 그것을 옆에서 지켜봐야만 하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