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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 : 에밀 아자르

by 예흐나 2023.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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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 저/용경식  | 문학동네 | 원서 : La vie devant soi

 

  이 책은 잘 알고 있듯이 프랑스 작가 로맹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출간해 콩쿠르 상을 수상하며 로맹가리에게 콩쿠르 상을 두 번 수상한 유일한 작가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책이다. 이 책에는 모모라는 조그만 아랍인 꼬마가 주인공이다. 아이지만 아이일 수 없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아이의 이야기이다. 엄마가 창녀라고 해도 상관없이 무조건 사랑할거라는 모모, 좋은 포주가 되어 엄마를 돌봐주고 싶다는 아이만의 천진한 발상에 미소 짓게 되면서, 한편 가슴이 아프다.

 

  세상과 사람들에게 보내는 모모의 적당한 조소와 기발한 유머가 예상치 못한 순간 튀어나와 삶에 대한 진실이 독자에게 기습을 한다. 가난하지만 작은 에피소드들이 넘쳐나는 로자 아줌마네 아이들과 생활은 비참하지만 그것마저도 털어버릴 따뜻한 정이 있다. 이 책에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세상과 사회에서 냉대 받고 소외되었으나 주변 사람을 따뜻하게 아껴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여장 남자로 살며 수 많은 동성연애자들을 상대하며 힘들게 살아가지만 모모를 끝까지 돌보려했던 롤라 아줌마가 그랬고, 노환으로 눈마저 어두워지고 말았지만 모모의 정신적 지주였던 하밀 할아버지가 그랬다. 가장 밑바닥의 사람들이지만 가장 고귀한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내가 이렇게 할아버지를 부른 것은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아직 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기 위해서였다.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모모.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돌보며 사랑할 줄 아는 아이이다. 외롭고 애정에 결핍된 아이지만 모모는 부모나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려하기 보다는 자신이 로자 아줌마와 아이들을 돌보며 사랑을 주려고 함으로써 사람이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음을 몸소 보여주었다. 밖으로 쏟아내고 싶은게 많은 이 작은 소년에게 친구이자 보호자가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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