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경 저 | 창해(새우와 고래)
평소에 프랑스에 관한 이미지는 문화와 패션의 선두주자이며, 와인의 나라, 유럽의 선진국이라는 정도이다. 이 책은 기자의 눈을 통해서 프랑스의 사회상과 생활상을 때로는 신랄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관찰한 책이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네 울타리가 아닌 남의 나라이기에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한꺼풀 벗기고 본 프랑스는 본받을 점은 분명히 있지만 월등히 남다른 유토피아이거나, 패션처럼 아름답기만한 나라는 아니다. 그저 밝은 부분도 있고, 또 그에 반하는 어두운 부분도 있는 사람 사는 곳일 뿐이다.
가장 눈에 띄는 파리의 특징은 40년째 유지된 ‘건물 고도 제한 37미터 규정’이다. 또한 칼같이 잘라내는 대학 탈락 과정이나, 창간 이래 무광고로 눈치 보지 않고 할 말 다하는 ‘묶인 오리’ 신문처럼 은근한 원칙과 고집을 가진 멋진 나라이다. 하지만 아랍계인들에 대한 사회적 소외 문제나 워킹맘들에 대한 안정되지 않는 복지정책, 끝이 보이지 않는 교통파업 등 어두운 그림자 또한 존재한다. 이 책을 읽으며 파리가 가장 부러워지는 점은 소소한 문화적 혜택들이다. 작가는 파리의 긴 줄은 일단 서고 보라고 한다. 파리에서 사람들이 줄을 설 때는 거의 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돈 한 푼 없이도 식사할 수 있는 무료식당, 국립 오페라 극장 입석표줄, 구청의 어학교실 등 저렴하지만 질 좋은 문화적 혜택들이 많다.
유대감 없는 가족관계나 무관심한 자녀교육, 자유분방한 사회 분위기는 우리나라와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여가를 즐기는 풍경이나 개개인의 행복을 소중히 하며, 긍정의 힘을 추구하는 모습은 부러운 풍경이다. 프랑스의 중요한 장점 중에 하나는 극진히 존중되는 개인의 자유와 개성이다. 자신의 행복 추구를 제일로 치는 것만큼 상대의 자유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지성을 가진 국민성이 여기에서 기인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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