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크족과 스페인정부의 치열한 내란이 벌어지고 있던 격전의 중심지 스페인에서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추격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를 담았다. 바스크족의 독립투사 하이메 미로와 그를 쫓는 스페인 정부의 아코카 대령의 추격 전과 수녀원 피습으로 탈출하게 된 네 명의 수녀들의 사연이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룬다. 역사적 사건과 함께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등장은 다른 시드니 셀던의 작품들보다 더욱 생생하고 흥미진진하다.
바스크족의 일원으로 정부의 억압에 가족이 몰살당한 하이메 미로와 바스크족에게 사랑하는 부인을 잃은 아코카 대령은 양 진영의 극과 극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결코 한편이 될 수 없는 두 사람은 옳고 그름을 떠나 상대편에 대한 증오와 분노로 점점 극단적인 전투를 벌인다. 그 속에서 수없이 죽어가는 이름 모를 스페인 국민들과 끝나지 않는 전쟁을 돌이켜보면 두 사람 다 그 누구도 옳다고 할 수 없다. 수녀원에서 탈출한 네 명의 수녀는 각자 아픔과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못생긴 외모로 어렸을 적부터 동생과 비교당하다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마저 동생에게 빼앗긴 원로수녀 테레사, 창녀인 어머니 밑에서 성적 수치심으로 괴로운 유년을 보낸 그라 시엘라, 고아원에서 왈가닥으로 자라 자신의 근본을 알고 싶은 메간, 마피아의 딸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두 사람을 살해하고 도망중인 루시아의 지난 사연을 하나 하나 알게 되는 재미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수녀원에서 오랫동안 폐쇄적인 생활을 하다가 세상에 나와 여러 가지 일을 겪는 수녀들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며, 자신의 본모습을 찾기도 한다. 독립 투사들과 수녀들은 어울리지 않는 관계이지만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위치인 것은 공통적이다.
인간이기에 흔들리게 되고, 또한 거기서 참 자아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겉모습은 달라도 사랑 앞에 강해지고, 신 앞에 약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인 것만은 모두 동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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