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파리에서 연극으로 대흥행을 이룬 이 작품은 제목만으로도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희곡이다. 이 책속에 두 친구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두 친구는 자신들이 왜 고도를 기다리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티격태격하며 습관적으로 그 자리에 나와서 고도를 기다린다. 두 사람의 기다림은 끝이 없다. 기다리며 서로 의미 없는 농담, 핀잔을 주고받을 뿐이다. 그러다 포조와 그의 늙은 하인 럭키를 만나고 럭키를 대하는 포조의 비인간적인 태도에 잠깐 분개하지만 그때 뿐 또다시 의미 없는 대화만 이어질 뿐이다.
이 책의 주된 등장 인물인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를 기다리는 두사람이다. 부랑자로 오늘밤은 어디서 지내야할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 두 사람은 고도가 오지 않으면 나무에 목을 매겠다는 결심만 매번할 뿐 실제로 아무것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매달려보지만 아무것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두 사람. 자신들의 현실은 돌아보지 않은 채 고도가 나타나면 자신들의 인생이 어떻게든 변화될 거라고 믿고 있다. 이들에게 과연 고도는 올 것인가. 고도가 나타난다면 그들은 고도를 알아볼 수나 있을까.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어찌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두 사람은 고도만 기다리다 고도는 끝내 모습도 내비치지 않고, 오늘은 못 오고 내일 오겠다는 전갈을 소년을 통해서 전할 뿐이다. 그래서 1막과 2막의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 딱히 극적인 사건도 장면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 혹은 네 사람의 대화만 이어지다 끝이나는 이 책을 처음에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끝까지 오지 않는 고도는 도대체 누구일까. 오기나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책이 끝나고 책에 대한 설명을 읽고 나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하지 않기 위해 지껄인다는 두 사람. 두 사람은 끊임없이 이야기함으로써 존재감을 갖는다. 고도는 누구에게는 신일수도, 누구에게는 희망일수도 누구에게는 빛이자 내일을 향한 길일수도 있다. 우리는 평생 무엇인가, 또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의 불안을 소모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고 그것이 존재하는 방식이 되어버렸다. 우리에게 고도는 어떤 것일까. 진정 고도를 기다리고 있을까. 고도가 나타난다면 우린 고도를 만날 준비가 되어있을까. 그렇게 허무한 것이 우리의 인생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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