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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by 예흐나 202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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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 샘터 / 단행본

 

  내 책장에서 한자리 차지한 시간만큼 누렇게 빛바랜 책이지만 여전히 그 아름다운 감성으로 가득한 수필집이다. 이 책에서 나는 ‘눈부처’라는 말을 처음 보았었다. 눈부처란 말은 ‘눈동자에 비치어 나타난 사람의 형상’을 뜻하는 말이다. 작가는 순수한 아이의 눈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지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을 생각한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그 단어와 뜻 모두 아름다운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우리말이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살면서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것들을 되살려준다.

 

우리가 사랑 한다는 것은
서로의 가슴속에 있는
그 별을 빛나게 해주는 일이야.

 

 추억

  기억은 시간이라는 필터에 걸러지면 추억이 된다. 우리의 추억을 더듬으며 감성을 자극하는 이 책은 지나가버린 시절에 대하여 애틋한 향수를 불러온다. 처음이라 불리우는 것들, 첫키스, 첫눈, 첫사랑, 첫 크리스마스 등등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더욱 소중한 예전에 추억들..순수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감상에 젖어 본다.

 

나무

  인간사 모두 변해도 언제나 그 자리에 묵묵히 서서 생명을 틔워내는 나무들에 관한 아름다운 예찬이 자주 등장한다. 그저 지나치고 마는 나무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그 성실함에 더욱 작아지는 나를 느낀다. 진정 나무를 사랑하고 아끼는 작가의 모습에 도심 속에서 무참히 짓밟히는 나무들을 생각하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전체적으로 마치 긴 동시처럼 한편한편 아름다운 글감과 단어로 이루어진 수필집이다. 우리 기억 속에는 사람이 있다. 가족이든, 친구이든, 낯선 사람이든, 또한 집이나 풍경이 있고 소소한 사건이 있다. 이런 모든 게 겹쳐지며 추억이 된다. 좋든, 나쁘든 추억은 그립다. 어렸을 적 살던 동네가 그립고, 그때의 사람들이 그립고, 조금은 덜 발전되었지만 따뜻함이 있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지금의 이 시간은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는 또 추억이 되어 겹겹이 쌓여갈 것이다. 곱씹을 수 있는 추억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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