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읽은 이 책은 ‘준마처녀’로 더 잘 알려진 북한가수 윤혜영이 김정일 위원장의 눈에 들며 비극으로 치닫는 실화 이야기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이기 전에 작가가 실제 북한에서 노동당 작가로 일하며 김정일 위원장 측근들과 친분을 쌓으며 듣게 된 김정일 위원장의 실제 생활 모습을 고발한 책이기도 하다. 책 한권이 긴 서사시로 되어진 이 책은 김정일 위원장의 언론에 비친 이면의 사생활을 폭로한 소설로 출간 전부터 화제가 되었었다.
대학 때부터 탁월한 미모와 노래 실력으로 남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던 윤혜영은 사랑하는 연인 성진과 함께 김정일의 기쁨조인 보천보 전자악단에 입단하게 된다. 61살 김정일의 마음에 들게 된 22살 윤혜영에게 김정일은 비싼 코냑에 백만달러짜리 다이아몬드등 엄청난 물질적 공세를 퍼붓는다. 그러면서 김정일은 국가지도자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 봐주길 요 구한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생활은 그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신이었다. 이런 김정일이 갖지 못했던 한 여자 윤혜영. 끝끝내 김정일이 주는 모든 사치를 거부한 채 연인과 비극을 맞게 된다. 한나라를 이끌어가며 국제사회에서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김정일은 북한의 대명사 김정일이 아닌 인간 김정일로 윤혜영의 순수함을 자신 안에 채우고 싶었던 걸까. 김정일 이 윤해영에게 진정으로 원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지 말라. 복종만 하라.
이것이 보천보밴드의 서약
북한의 체제를 잘 드러낸 대목이다. 자신의 삶은 없이 오직 김정일 위원장의 손짓 하나, 눈짓 한번으로 생사가 결정되는 북한 사람들..독재 통치를 위한 북한 정부의 김정일 위원장 신격화로 인해 김정일의 사생활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에서는 김정일의 여자, 생활, 등을 낱낱이 파헤쳐놓아 마치 몰래 남의 집을 엿보듯 흥미진진했다. 우리의 머릿속에, 마음속에 자세히 알면 다치는 금기시되어 오던 북한의 이야기이기에 하지 말라는거 더 하고 싶어지는 아이의 마음처럼 읽을수록 더욱 빠져든다.
이 대동강처럼 신연이 가로지른 이 나라는
분명 두 개로 갈라진 세상.
이쪽 기슭에는 백성의 지옥,
저쪽 기슭에는 김정일의 천국
우리가 알고 있듯 북한 내의 식량난과 전기난은 극심하지만 당의 수뇌부의 사치와 낭비는 마치 시민에 의한 혁명으로 붕괴된 프랑스의 루이왕조를 연상시킨다. 극심한 가난에 그 가난마저 팔아야 살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이 신처럼 떠받드는 인민의 아버지 김정일의 생활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호화롭고 방탕하다. 김정일만의 섹스 관람 극장이 있으며, 전용도로가 있을 정도이다. 인민을 위해 인민의 정의를 위해 산다는 김정일이 진정 인민을 기만하고, 배신하는 북한의 사회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김정일 위원장은 모든 권력을 가지고 북한을 제 손으로 주무르지만 딱 한 가지 윤혜영의 마음만을 갖지 못한다. 이것은 곧 엄격한 통제 속에서 다스리지만 속속 중국과 한국으로 탈북 하는 북한 주민들의 마음은 얻지 못한 김정일 정권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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