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그리고 세계가 열광하는 아멜리 노통브의 책은 언제나 파격적이고, 예사롭지 않다. 이 책은 나에게 아멜리 노통브를 각인시키고 팬이 되게 만들었던 책이기도 하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화장법이라는 말 때문인지 가볍고, 여성스러운 내용인줄 알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화장법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여성들의 화장이 아니라 넓은 의미로 위장을 뜻한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책속에는 두 사람이 등장하고, 공항에서 두 사람이 주고받는 연속적인 대화로 이어진다. 중간 중간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대화 내용에 어울리지 않게 재밌고, 아이러니가 넘친다. 그런 재미가 같이 있기에 마지막 반전이 더욱 소름돋게 섬뜩하다.
비행기 연착으로 공항에서 마냥 기다리게 된 제롬은 갑자기 접근해 쉴새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텍스토르를 만나게 된다. 대화가 깊어질수록 텍스토르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오래전 한 여자를 너무도 사랑해서 강간하고 심지어 살인까지 했다고 고백하는 남자 때문에 제롬은 당황하지만 결국 그 여자가 10년전 죽은 자신의 아내였음을 알게 된다. 이에 제롬은 분노하고 경악하게 되지만 그 이후에 더욱 충격적인 사실들과 마주치게 된다.
여기에서 적은 자아를 말한다. 내 속에 억압되고 짓눌린 야수성, 자신마저도 인식하지 못하는 그 폭력성은 우리 속에서 교묘한 화장법으로 위장하고 있다. 제롬 또한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그 야수성을 스스로 부인하기 위해 텍스토르라는 한 사람을 탄생시켜 억눌러왔던 것이다.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속의 악마 본성이 바로 내안에 적의 화장법이다. 그 적은 평소에는 숨어 있다가 어느 순간 튀어나와 자신을 제압하고, 본능대로 행동한 뒤에 다시 또 내면으로 침잠한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나의 본능을 키워내고, 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버릴 수 있는 나의 또 다른 자아, 진정한 적은 바로 그것이다.
그 파격적이고 특이함에 우선 놀라게 되는 책이다. 읽을수록 그 놀라운 반전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몇 권 읽어보면 이런 느낌에 익숙해지게 된다. 꼭 화려하고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허를 찌르는 글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굴러가듯 세련되게 흘러가는 그 글솜씨가 대단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