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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온기

꽃피는 삶에 홀리다 : 손철주

by 예흐나 2025.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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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삶에 홀리다 : 손철주

  일상의 에피소드들을 자신의 생각대로 독특하게 풀어놓은 에세이 집이다. 작가의 ‘미술칼럼니스트’라는 약력답게 주로 그림과 옛 시 등을 재해석하며, 날카롭게 파고들어 관찰한 글이 주를 이룬다. 작가의 말처럼 간이 잘 배인 글 같아서 술술 잘 읽히는 것 같다.

세상에 겉절이들이 판치니 묵은 김치는 어딜 가도 외톨이다.

  늙은이의 연정을 음심으로 치부하는 세상을 한탄해하는 구절이다. 이런 은근하면서 재미난 표현이 자주 등장해 좋다. 옛 시들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는데 요즘의 시들처럼 직설적이지 않으면서 돌려 말하는 듯해도 정곡을 표현하는 시들이다. 아름다운 옛 시들도 덩달아 감상했다. 

혼곤히 잠겨있었다 / 새삼 느껍다 / 아슴아슴하다 / 흐벅지게 풍긴다.

 

하지만 생소한 표현들 덕분에 다소 어렵기도 했다. 인터넷 용어에 줄임말까지 판치는 요즘에 이런 고풍스러운 표현들이 읽는 사람의 가슴까지 휘감는다. 영어를 필수로 아는 젊은 세대인 나로서는 그저 우리나라의 멋스러운 말부터 더 배워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마음이 실리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는 게 없다.

 

  김홍도, 신윤복, 이산해, 이중섭 등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이름만 친숙한 옛 화가들의 그림이나 최재덕, 이인상 등 이름도 생소한 화가들의 그림이나 시조, 시, 서예 들에 관한 작가의 해석과 여담들에서는 예술을 즐기고, 사랑하는 저자의 삶이 눈에 보이듯 잘 드러난다. 소소한 사물과 사건의 이면을 생각하는 작가의 통찰이 돋보인다. 작가와 작가의 지인들은 마치 현시대를 살지 않는 것처럼 익살이 넘치며 풍류를 즐기는 것 같다. 나는 작가의 표현이나 은유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두고두고 옆에 끼고 읽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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