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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온기

아웃터넷 : 최민호

by 예흐나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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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터넷 - 최민호

  세상의 모든 존재를 향해 열려있는 연결고리라는 의미의 ‘아웃터넷’은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곧장 꽃과 식물의 세계를 곧장 빠져들게 되는 특이한 경험이다. 생소하기만한 식물의 유전공학과 세계 화훼의 현주소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데다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문제에 대해 철학적 접근까지 가능한 책이다. 우리가 흔히 보며 예찬하는 아름다운 꽃들의 이야기지만 인간과 동물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숨 쉬고 소통하는 종이 식물이기에 식물들의 반란은 더 생소하고 괴기스럽다. 그 아름다움에서 만들어내는 공포가 아이러니하다.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안면도 국제 박람회를 중심으로 그에 얽힌 관계 자들의 이야기와 물리학도 ‘마순원’이 일본과 네덜란드를 거치며 식물학의 세계에 빠져드는 이야기, 그리고 ‘후루마쓰’가 식물의 감정을 읽어내는 ‘플라워텔레스코프’를 개발하고 연구하게 되는 이야기 이 세 가지가 단편적으로 번갈아가며 흥미진진하다. 예전 영화 ‘해프닝’에서 더는 자연의 약자가 아닌 강자로써 인간에게 공기 중에 공격적 인자를 품어내어 인간을 파멸로 이끈 식물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우리는 식물이나 인간이외의 동물을 부존자원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인간이 활용할 수 있거나, 이용될 수 있는 대상으로 그들을 보는 것 이지요” 

 

  평소에 알지 못했던 식물의 자각능력과 생활사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생물공부를 하듯이 새롭다. 식물은 중력의 정확한 세기와 근원을 알기에 그 증거로 식물의 뿌리가 중력방향으로 뻗는다. 또한 식물의 씨앗은 흙의 압력의 세기를 느끼기에 너무 얕은 곳에서는 싹을 틔우지 않는다. 그리고 식물은 공간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널찍한 자리에서 자라는 식물에 비해 다른 식물과 바짝 붙어 자라면 경쟁적으로 키가 크지만 속이 비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식물은 인간의 눈이 전혀 반응하지 않는 파장의 빛을 인지할 수 있으며, 후각과 촉각도 예민하게 발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곤충의 종류를 구별해 이들을 퇴치하는 분비물을 적당하게 조절한다. 또한 식물은 음향에 반응한다는 사실은 이제 놀라운 일도 아니다. 식물은 시간 감각을 가지고 있어 일정하게 정해진 시간에 꽃망울을 열고 닫는다는 신기한 사실까지 알았다. 식물들의 이런 여러가지 능력을 살펴보면 동물과 식물의 구분이 더욱 모호해진다. 진정 인간은 식물보다 진화한 존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식물이 더 이상 한곳에 붙박혀서 꼼짝 못하는 자연계의 약자로만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움직임을 보지 못한다고 해서 어떻게 인간의 마음대로 해도 되는 인간생활의 배경화면쯤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가슴 아픈 일은 사람들이 식물에 대해 알려고 하기 이전에 뛰어넘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오만함이죠. 인간의 오만함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인가를 생각할 때, 생명 공학이나 유전자 합성이니 하는 말을 들으면 분노를 넘어 그로 인해 초래할 재앙이 나는 두려워지는 것입니다.”

 

  책 속에서 네덜란드 연구소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튤립과 백합, 그리고 식충식물 네펜데스의 유전자 합성으로 만들어진 신품종 꽃 튜라플리네스를 탄생시킨다. 동물과 식물의 특성을 모두 가진 이 꽃은 그야말로 식물과 동물의 중간 단계이며, 그 둘 다 될 수 있다. 튜라플리네스는 그야말로 영원한 꽃이자 아름답지만 독향을 뿜어내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 괴물이었 다. 여러가지 꽃을 혼합해 탄생시키는 꽃의 유전자 합성기술, 꽃과 대화할 수 있는 ‘플라워 텔레스코프’ 등 이색적이고 신기한 화훼 생명공학 기술을 자세히 만나볼 수 있어 흥미진진 하다. 나날이 발전하는 생명공학 기술 덕분에 식물의 유전자 합성과 변이 기술의 수준은 일반인들은 그저 놀라울 정도이다. 그러나 그것이 누구를 위한 연구이고, 누구를 위한 기술일까. 현 시대의 바벨탑은 아닐까. 꽃들을 변화시키고, 합성하고,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꽃과 식물에 관한 본질적인 개념은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동물과 식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동물의 복제나 유전자 조작은 그 다음 차례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기에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식물의 조작은 인간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만 생각할 뿐 그 이면은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식물에게도 의지가, 감성과 개성이 있다면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수 있을까. 동물과 식물은 자원이 아니다. 우리와 더불어 자연을 형성하는 존재임을 인간들이 깨닫고 그 존재감을 인식해야 한다. 동물과 식물은 그 하나 하나가 우주를 담고 있는 생명의 신비이 며, 우리 인간 또한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자연이다. 이 책에서는 현재의 우리가 빠져있는 과학과 자연이라는 딜레마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비극이 아닌 우리의 미래가 있고, 희망이 담긴 책이다. 끝부분은 마치 환타지 같다. 어쩌면 그 환타지가 근본 진실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열면 그들의 소리가 들릴 것이다. 식물을 존중해야 그들도 우리에게 온화한 자연의 품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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