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 신경숙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책에 대한 누군가의 서평을 보고 나서였다. 서평을 쓴 주인공은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슴이 먹먹해져 한동안 멍해있었다고 쓰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그럴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도 책을 읽기 전까지는 어려운 시절에 대한 회고쯤으로 생각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 역시 가슴이 먹먹해지고 만다.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 공장에서 일하며 산업특별학급으로 고등학교를 다녔던 작가의 삶에 약간의 픽션을 입힌 자전적 소설이다. 컨베이어 돌아가는 소리로 시끄러운 공장과 서른여섯 개의 방이 있는 집이 있는 풍경 속에는 열여섯의 내가 있고, 외사촌과 희재언니가 있다. 그리고 산업역군으로 살아야했던 산업체특별학급의 소녀들이 있다. 나는 알지 못하고 겪어내 보지 못한 그 시대의 그녀들, 먼지투성이의 공장 안에서 말도 안되는 임금을 받으며 코피를 쏟아야했던 그녀들의 삶이 나에게는 생소하다. 이 나라가 몇 번의 진통을 겪어야했던 격동의 시기에 회사에 의해 사용되어지다 이름도 없이 사라져버린 그녀들의 이야기를 해주고, 이름을 불러준 이 책의 의미는 참으로 깊다.
과거속의 열여섯의 담담한 독백과 작가로의 지금의 화자의 삶이 교차하며 두 사람은 평행을 달리지만 어느 순간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그 둘의 만남은 아픈 곳을 찌른 듯 작가도 독자도 저려온다. 충격적인 사건과 함께 도망치듯 빠져나온 열여섯의 나와 그러나 결코 그 시간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던 지금의 나는 서로를 결국 인정하게 된다. 열아홉에 겪게 된 사건으로 알맹이 빠진 듯 유령처럼 살아온 작가의 지난날들에서 진한 고독이 느껴지는 것 같다.
우리에게도 마음속의 외딴방에 밀어 넣은 채 열어보지 못하는 과거의 한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내 어줍잖은 실력으로는 이 책에서 받은 이미지와 의미, 그 슬프지만 아름다운 시절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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