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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온기

어머니를 돌보며 :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by 예흐나 2025.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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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며 :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어머니...나의 근원이 되는 어머니라는 이름은 늘 우리에게 삶속의 거대한 울타리가 되고, 비빌 언덕이 되어준다. 이런 큰 의지가 되어주는 어머니가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어떨까. 어머니가 더 이상 어머니가 아니게 될 때 우리는 그 상실감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 책은 파킨슨병으로 육체가 쇠하여지고, 치매 때문에 정신마저 파괴되어가는 어머니를 작가가 장장 7년간 돌보며 적은 간호일지이자 일기이다. 길고 긴 투병생활과 간병의 어려움, 상실되어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자식의 안타까움을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적어놓았다.

 

  어머니와 노인요양원에서의 생활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어머니의 상태, 그 곳의 환경, 직원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묘사되고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자신에 대한 분노, 죄책감, 약간의 체념 등의 심리묘사가 절절하게 묘사되어 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작가를 힘들게 한 것은 어머니의 망상, 즉 치매였다. 평생 믿고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던 어머니의 정신이 환각과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차고, 그런 어머니의 보호자가 되어야하는 현실... 누구나 누군가의 자식일 수밖에 없기에 이 글을 보며 같이 아파하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

 

  무엇이 어머니를 위한 것이며,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의 기로에서 끝없이 혼란을 겪고 갈팡질팡 하는 모습에서 크게 와 닿았다. 누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고 말 할 수 있겠는가..

 

  처음부터 끝까지 건조하고 담담한 글 일줄 알았지만 어머니를 돌보고, 관찰하며 어디까지가 진정한 ‘나’의 범주이고, 자유의지인지 그 경계의 모호함에서 오는 혼란을 파고든 부분이 빠르게 묘사되기도 하고, 한참 서성이며 숨 돌릴 틈도 주어 흡인력이 강하다. 7년이라는 긴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을 어머니께서 떠나기 전 작가에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가르쳐주신 값진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말이 감동적이다.

 

  이 글을 읽고 난 후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그리고 죽음을 앞둔 분들과 그것을 옆에서 지켜봐야만 하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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